거물을 영입하는 데 드는 값비싼 대가
내 경력을 통틀어 나는 수많은 좋은 결정을 목격했고, 나쁜 결정도 숱하게 보았다.
내 생각에 기업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실수 중 하나는 그저 화려한 직함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다.
나는 대기업에서도 스타트업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봤다.
예를 들어, 내가 한 스타트업에 입사했을 당시 그 회사의 핵심 사업은 이미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회사는 대학 교수들과 유명 기업 출신 고위 임원들을 여러 명 영입하기로 했다.
그 임원 중 한 명이 합류한 뒤, 회사는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은 회사의 기존 사업과 거의 관련이 없었다. 그런 확장을 정당화할 만큼 밀접하게 연관된 사업조차 없었다.
그렇다면 회사는 애초에 왜 그 사람이 필요했던 걸까?
대학 교수를 채용한 것은 더 어처구니없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해서 신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성공적인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거나, 수익을 내는 사업을 운영할 줄 안다는 뜻은 아니다.
게다가 이런 사람들은 회사에 합류할 때 예전 동료들과 제자들까지 데려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 제자들 중에는 대학을 갓 졸업했는데도 놀라울 정도로 높은 직위와 급여를 받은 이들이 있었다.
당연히 기존 직원 상당수는 이를 불공평하다고 느꼈다.
결국 회사의 성공은 새로 영입된 임원들이나 그들의 제자, 예전 동료들이 일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오기 훨씬 전부터 열심히 일해 온 직원들이 일군 것이었다.
나는 회사에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들은 설명 중 하나는, 명망 있는 사람들을 데려오면 자본시장에서 우리 회사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해 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결과가 어땠을까?
몇 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논리는 그냥 개소리였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사업을 일군 것은 그 유명한 임원들이나 교수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개판은 스타트업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나는 내 경력 내내 대형 기술 기업들이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봤다.
중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수년 동안 그중 많은 기업이 “리서치 랩”이나 “AI 연구원” 같은 거창한 이름의 부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대학 교수나 다른 거물들을 영입해 이런 조직을 이끌게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사업 중 일부는 경영진 스스로 실패였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돌이켜보면 애초에 내리지 말았어야 할 결정들에 막대한 회사 자원이 낭비된 뒤였다.
한편, 그런 명망 높은 연구소에서 일한 적 없이 매일 회사의 실제 사업을 일구고 유지하는 데 힘써 온 직원들은 흔히 평범한 하위 직급 직원으로 취급받았다.
이게 공평한가?
중국의 많은 기술 기업의 시장 가치가 정점에서 얼마나 떨어졌는지 돌아보면, 이런 경영 실수가 그 쇠퇴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업들의 성공은 화려한 직함이 일군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일을 해낸 수천 명의 평범한 직원들이 일군 것이었다.
그리고 중국을 떠나 내 인생의 새로운 장을 시작했을 때, 나는 미국 기업에서도 똑같은 개판이 거의 같은 방식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도 미국 기업들은 이런 관행이 얼마나 해로울 수 있는지 대체로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내 생각에 그 차이는 결국 두 나라가 각자의 경제 사이클에서 어느 지점에 서 있느냐에 달려 있다.
수십 년간의 개혁개방이 이끈 중국의 고속 성장 시대는 대체로 막을 내렸다. 수십 년의 확장 끝에 찾아온 성장 둔화는 조직의 실수를 훨씬 더 외면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반면 미국은 우리 문명의 새로운 로마다.
그리고 이 새로운 로마는 아직 정점에 도달하려면 한참 멀었다.
그 번영의 주기는 훨씬 더 오래 지속돼 왔고, 계속되는 경제 성장은 다른 곳이라면 외면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비효율과 실수를 기업들이 못 본 척할 수 있게 해 준다.
성장은 수많은 잘못된 결정을 감출 수 있다.
그래서 내게는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우리가 이런 실수를 피하고 이 새로운 로마에서 올바른 방식으로 기업을 세울 수 있다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